"세포·유전자 치료제로 美 CDMO 시장 공략"

입력 2022-05-08 17:46   수정 2022-05-09 00:31

차바이오텍이 미국 세포·유전자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 진출한다. 최근 자회사 마티카바이오테크놀로지 CDMO 공장을 미 텍사스에 세우면서다. CDMO는 아이디어가 있는 대학·기업 등의 주문에 맞춰 치료제를 함께 개발하고 생산을 맡아주는 사업이다. 메신저리보핵산(mRNA) 등 유전물질, T세포 NK세포 등 면역세포를 활용한 세포·유전자치료제는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으로 꼽힌다. 차바이오텍이 미국 시장에 발 빠르게 진입하면서 전략기지를 확충한 배경이다.
바이오 최대 시장 美서 CDMO 출사표
송윤정 마티카바이오 대표(사진)는 6일 “미국과 한국을 시작으로 호주 등 다른 나라에도 CDMO 시설을 구축해 글로벌 프랜차이즈를 세울 것”이라며 “단순한 사업 수주뿐 아니라 미국의 기술력 높은 기업과 지분을 주고받는 파트너십 계약 등도 계획 중”이라고 했다. 여러 전략을 통해 2030년 세계 5위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세계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시장은 2019년 2조원에서 2026년 12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론자, 카탈란트, 서머피셔 등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송 대표는 마티카바이오를 이들에 버금가는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했다. 정교한 공정과 기술력이 필요한 사업 특성을 고려해 인력 구성에 공을 들였다. 그는 차바이오텍의 확장성에도 주목했다. 차바이오텍 모회사인 차병원·차바이오그룹은 인공수정 시술 등을 시작하며 60년 전부터 줄기세포 연구에 매진해왔다. 차바이오텍은 국내에서 세포치료제 CDMO 사업을 하고 있다.

그는 “치료제 개발에 적절한 세포주를 정하고 시장 수요를 파악해 개발하는 다학제 신약 개발 플랫폼을 갖췄다”고 했다. 기업과 학교, 연구소, 병원이 하나의 클러스터를 구성해 물질 발굴부터 수요 조사, 임상, 상용화 절차가 원스톱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차바이오텍은 지난해 10여 건의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사업을 수주했다. 이 분야 국내 기업 중 가장 많다.
개발 위해 70여 곳 컨택
마티카바이오 CDMO 시설은 4200㎡ 규모다. 바이오리액터(세포 배양기)는 500L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30만L 넘는 시설을 보유한 데 비해선 작다. 송 대표는 사업영역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세포·유전자치료제 수주계약 단위는 50L 정도”라며 “작은 시설에서 고가약을 개발·생산하기 때문에 항체사업(삼바 등)과는 다르다”고 했다. 대량 생산이 아닌, 맞춤형 개발 방식이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2001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미 국립보건원(NIH), 워싱턴대, 알베르트아인슈타인메디컬센터 등에서 진료 경험을 쌓았다. 2011년 삼성종합기술원 바이오랩 전문연구원으로 항체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던 그는 사노피, 이뮨온시아를 거쳐 지난해 4월 마티카바이오에 합류했다.

마티카바이오는 공장 완공 전부터 성과를 내고 있다. 바이오공정 전문기업인 싸토리우스와 의약품 공정분석 자동화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텍사스A&M대와는 원형 DNA인 플라스미드 DNA 연구도 하고 있다. 송 대표는 “개발은 물론 상업화 단계를 포함해 논의 중인 고객사가 70여 곳”이라고 했다.

차바이오텍은 2024년 경기 판교에 세계 최대 규모(연면적 6만6115㎡)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시설 ‘CGB’를 열 계획이다.

송 대표는 “세계 최고 기술이 집약된 미국에서 사업화에 성공하면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에서 숙련시킨 인력을 한국에 분산 배치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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